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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떠나는 하루] 진짜 가능한가요? 서울 근교 '의왕' 여행기

by 봄운 2025. 5. 12.

“돈 없어도, 나가고는 싶다.”
이게 솔직한 시작이었다.

 

[만원으로 떠나는 하루] 진짜 가능한가요? 서울 근교 '의왕' 여행기
[만원으로 떠나는 하루] 진짜 가능한가요? 서울 근교 '의왕' 여행기

왜 1만 원 여행을 시작했는가

요즘 다들 힘들다.
점심 한 끼만 해도 9,000원, 커피까지 마시면 만 원은 순식간이다.
계획 없이 어딘가 나가면 돌아오는 길엔 항상 카드값에 눈이 간다.
‘놀았다는 죄책감’에, ‘돈 썼다는 후회’가 겹친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바라는 게 뭘까?”
고급 식당에서의 스테이크? 유명 관광지에서 인증샷?

 

아니었다.
사실 그냥 바람 쐬고 싶었다. 걷고 싶고, 가만히 있고 싶고,
내 하루가 ‘회사-집’ 말고도 존재한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었다.

그게 꼭 비쌀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했다. 정확히 10,000원만 들고 하루를 살아보기.

 

여행지 선택 기준: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거리감

예산이 제한된 만큼, 조건을 냉정하게 정했다.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곳일 것

→ 교통비를 최소화해야 하므로, 버스나 기차는 제외.

 

입장료 없이 오래 머물 수 있을 것

→ 공원, 호수, 둘레길처럼 ‘앉아도 된다’고 허락된 공간.

 

작은 체험 하나는 있어야 할 것

→ 단순히 걷기만 하면 하루가 심심하다. 적은 비용이라도 체험이 있어야 ‘여행했다’는 느낌.

 

혼자서도 어색하지 않은 장소일 것

→ 이건 나한테 중요했다. 카페나 놀이공원처럼 둘이 있어야 덜 눈치 보이는 곳은 제외.

 

여러 후보를 놓고 비교하다가 최종 선택한 곳이 바로 경기도 의왕 왕송호수 + 레일바이크였다.

 

의왕역까지 지하철로 약 1시간 10분

왕복 교통비 2,800원

둘레길, 생태공원은 무료

레일바이크도 할인 받으면 3,500원

편의점 활용하면 식비도 압축 가능

 

여행지로서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하루 보내기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었다.

 

[만원으로 떠나는 하루] 진짜 가능한가요? 서울 근교 '의왕' 여행기
[만원으로 떠나는 하루] 진짜 가능한가요? 서울 근교 '의왕' 여행기

오전 9:00 – 출발, 지하철 타고 ‘낯선 동네’로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고 출발.
느리지만 안정감 있는 이동이다.
창밖엔 아파트, 창고, 허름한 주택들이 스쳐간다.
어디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인데,
내가 오늘 ‘목적 없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하니 전부 새롭다.

 

사실은 출퇴근할 때에도 항상 지나는 지하철의 풍경인데,

오늘은 내 피같은 휴식시간, 주말을 반납하고 오는 특별한 여행이라 생각하니

뭔가 색다르게 느껴졌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전 10:30 – 왕송호수 도착, 도시 속 고요

의왕역에 내려서 걷는다.
왕송호수까지는 도보 15분 정도.
생각보다 잘 정비되어 있고, 길도 명확하다.

입구 편의점에서 삼각김밥(1,200원) + 생수(1,100원)
딱 2,300원 지출. 오늘 하루 허기 채울 유일한 식사다.

호숫가에 앉아 간단히 먹는다.
바람은 선선하고, 갈대는 흔들리고,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기대를 별로 안 했는데,
이 정도면 서울 근교 힐링 여행지로 손색 없다.

 

오전 11:00 – 둘레길 산책, 생각 정리되는 시간

왕송호수는 둘레가 3.2km.
빠르면 40분, 천천히 걷고 쉬면 1시간 반 넘게 걸릴 수 있다.

산책로는 나무 데크가 잘 깔려 있고,
중간중간 벤치, 조망대, 갈림길 등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사람이 없으니까,
이어폰 없이 걷는데도 오히려 생각 정리가 잘 된다.
회사에서 있었던 일, 쌓인 감정,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
말없이 걷는 동안 조금씩 풀린다.

“아, 나 그냥 걷고 싶었구나.”

 

오후 12:30 – 레일바이크 탑승, 오늘의 유일한 유료 체험

왕송호수 한쪽엔 의왕 레일바이크가 있다.
보통 2인 기준 8,000원이지만,
쿠팡에서 할인받으면 1인 3,500원 가능.

직접 페달을 밟고 호수 주변 철길을 달린다.
풍경은 꽤 예쁘고, 바람도 기분 좋다.
30분 체험이지만 ‘했구나’ 싶은 만족감이 있다.

혼자 타도 어색하지 않다.
가족 단위가 많지만 눈치 볼 필요 없다.
오늘은 어차피 나만의 여행이니까.

 

오후 2:00 – 다시 호수, 벤치에 누워 쉬기

체험 후엔 다시 호숫가로.
걷다 보면 조류생태과학관 같은 공간도 보이지만, 입장료가 있어 패스.
나는 오늘 10,000원 안에서 끝내야 하니까.

벤치에 앉아 가만히 쉰다.
눈을 감으니 바람 소리만 들린다.
잠깐 졸았다.
이게 진짜 힐링이지 뭐.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는다. 1,400원 지출.
마지막 10,000원 중, 가장 달콤한 소비.

 

🚌 오후 4:00 — 서울로 복귀

의왕역으로 돌아와 지하철 탑승.
이동은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피곤하다.
그만큼 하루치 여정이 제법 알찼다는 증거다.

 

— 복귀는 끝이 아니라, 하루를 되씹는 시간

의왕역 플랫폼에 앉아 전철을 기다리는데, 괜히 멍해진다.
오늘 쓴 돈은 10,000원.
기차 타고 먼 데 간 것도 아니고, 뭘 호화롭게 먹은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갔다 왔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다.

지하철은 느리고, 좌석은 딱딱했지만
창밖을 스치는 공장지대, 창고, 기찻길을 보고 있으니
잠깐 ‘관광객’이 된 기분이 든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 반.
해가 조금씩 기울고, 사람들 발걸음은 빨라진다.
‘이젠 진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나’ 싶다.

 

사실은 이 도전을 하기 전에,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후회할까 걱정했었다.

괜히 그냥 쉴걸 나갔나... 그냥 이럴바에 편하게 집에서 있으면 0원 아닌가?...

이런 후회 말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평소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도 못하는 주말들보다

훨씬 기억에 남고, 의미있게 느껴졌다. 

또한 오히려 refresh 되고, 성취감과 함께 더 힘차게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오후 6:00 — 저녁시간, 1만원 여행자의 선택

사실 배가 고프다.
삼각김밥 하나, 아이스크림 하나로 하루를 버텼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1만원 여행’ 실험 날이다.
밥 사 먹는 순간, 실패다.

그래서 근처 마트에 들러본다.
시식 코너엔 어묵 국물, 샘플 만두 한두 개쯤 있을 법도 하다.
진짜 그런 느낌까지 챙길 생각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먹는 걸 덜어낸 하루”가 정신적으론 가볍다.

편의점 앞에서 가만히 앉아 아이스커피 향만 맡아본다.
살 수는 없다. 돈이 없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조급하지 않다.

배부르진 않지만, 뭔가 꽉 찬 기분.

 

🌇 오후 7:00 — 해 지는 서울, 익숙한 도시가 새롭게 보인다

동네로 돌아오니 하늘이 예쁘다.
붉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노을이,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해주는 느낌.
의왕에서 본 호수의 갈대와 철새가 아직 머리에 남아 있고,
지금 다시 걷고 있는 이 길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여행이란 결국, "다시 돌아와서 내 일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 아닐까.
오늘은 그게 딱 맞는 하루다.

 

[만원으로 떠나는 하루] 진짜 가능한가요? 서울 근교 '의왕' 여행기
[만원으로 떠나는 하루] 진짜 가능한가요? 서울 근교 '의왕' 여행기

🧠 마무리 정리: 이 여행이 나한테 남긴 것

✔ “돈 없어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 혼자 다니는 여행도 나쁘지 않다는 체감
✔ 하루라는 시간의 밀도는 내가 만드는 거라는 확신

그리고…
✔ 다음엔 1만5천원으로 한 끼라도 제대로 먹고 싶다는 욕망

 

하루를 마치며 - 여행은 멀리 가는 게 아니라, 다르게 사는 것
오늘 난 어디 멀리 가지 않았다.
식사도 부실했고, 카페도 없었고, 쇼핑도 없었다.
근데 지금 내 머리엔 바람 소리, 호수, 자전거 페달 밟던 다리 감각이 남아 있다.

하루를 다르게 보내는 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꾼다.
그리고 그건 꼭 돈이 많아야만 가능한 게 아니다.

 

🚧 다음 플랜

- 인천 차이나타운 도보여행
"1만원으로 몇 개 간식까지 가능할까?"

- 춘천 당일치기 시장 탐방
“닭갈비 말고도 즐길 게 있다면?”

- 강화도 자전거 한 바퀴
“몸을 쓰면 돈은 아낄 수 있다”

 

-> 혹은, 추천받는 어느 도시든! 딱 만원 한 장, 세종대왕님 데리고 가볼 것이다.

 

돈 없이도 재밌게 놀 수 있다는 말,
말이 아니라 실제로 증명해보면 더 묘한 뿌듯함이 있다.
이 도전은 이제 시작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