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강아지는 왜 사람을 따라다닐까? – 애착 유형과 관계 형성의 모든 것

by 봄운 2025. 5. 11.

저번에 고양이를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강아지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사실 난 고양이 강아지를 한마리씩 키우고 있기 때문에, 한 쪽만 다루는 것은 너무 아쉽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왜 사람을 따라다닐까? – 애착 유형과 관계 형성의 모든 것
강아지는 왜 사람을 따라다닐까? – 애착 유형과 관계 형성의 모든 것


강아지는 종종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문제'인 동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엔 단순한 의존이 아닌, 복잡한 정서적 연결과 학습된 신뢰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강아지의 애착 관계를 품종, 나이, 환경별로 상세히 살펴보며, 인간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달라지는지를 정리해본다.

 

강아지도 사람에게 애착 유형을 형성한다

강아지는 인간에게 단순히 의지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 유대를 맺는다.
실제로 인간 유아와 비슷한 애착 유형(안정형, 불안형, 회피형)을 보여준다.

 

🧪 1998년 Ainsworth의 '낯선 상황 테스트(Strange Situation Test)'를 개변한 연구에서, 강아지는 보호자와 잠시 떨어졌다가 재회했을 때 다음과 같은 유형을 보였다:

 

📌 애착 유형별 반응

안정 애착: 보호자 귀환 시 차분하게 다가와 교감 후 안정

불안 애착: 과하게 매달리거나 계속 짖음

회피 애착: 무관심하거나 자극 회피, 상호작용 거부

 

👉 우리 집 강아지 '보리'는 제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꼬리를 흔들면서도 일정 거리를 두고 제 표정을 본다. 이건 ‘나 기다렸어, 근데

너 기분은 어때?’ 같은 안정 애착 반응에 가깝다.

 

품종별 차이: 충성심과 독립성의 밸런스

강아지의 품종은 성격과 사람과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품종은 사람 중심 행동이 강하고, 일부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더 두드러진다.

 

🧪 Stanley Coren의 견종 성격 연구에 따르면, 작업견 계열은 사람의 명령, 눈치, 감정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유전적으로 선별되어 왔다.

 

📌 사람과 유대가 강한 품종

리트리버, 콜리, 저먼 셰퍼드: 사람의 반응에 민감, 일 중심 사고, 충성심 강함

푸들, 코커 스패니얼: 감정 반응에 빠르게 대응, 교감 능력 우수

비숑, 시츄, 말티즈: 교감 중심 소형견, 사람 곁에 있으려는 욕구 강함

 

📌 독립성이 강한 품종

시바 이누, 차우차우: 고양이와 유사한 자기 주도적 성향

허스키: 집단 사회성은 강하지만 사람에게만 집중하진 않음

불독류: 단순한 성격에 비해 의외로 인간과의 정서적 거리 유지

 

👉 보리는 리트리버 믹스답게 명령을 기다리며 눈을 맞추는 걸 좋아한다. 같이 있는 것 자체보다,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게 관계 형성의 핵심이다.

 

나이와 애착의 변화: 강아지 성장 단계별 관계 형성

강아지도 나이에 따라 사람과의 애착 표현이 달라진다.
정확히는 신체 발달, 뇌 발달, 감정 통제력이 함께 작용한다.

 

📌 생후 2~4개월(사회화 초기)

사람, 환경, 다른 동물에 대한 태도 형성

애착 관계 형성의 골든타임

손길, 목소리, 냄새를 통한 신뢰 형성이 빠름

 

📌 청소년기 (5~12개월)

반항기처럼 독립적 행동 증가

훈련, 사회화 부족하면 불안 애착이나 분리불안 가능성 ↑

 

📌 성견기 (1세 이상)

일관된 교감 경험이 있다면 신뢰 안정

반려인과의 활동, 놀이, 터치 등이 관계 유지의 핵심

 

📌 노견기 (8세 이상)

인지 저하로 불안감 증가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와 접촉을 통해 안정 추구

‘떨어지면 불안’한 강한 애착 표현 가능

 

👉 보리는 7살 즈음부터 더 자주 제 무릎에 머리를 올리고, 외출 후 귀가했을 때 진정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이가 들수록 '안정감'이 관계의 중심이 되는 셈이다.

 

자란 환경과 경험: 실내견 vs 입양견의 애착 차이

강아지의 과거 경험은 현재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유기, 학대, 사회화 부족은 애착 형성에 장기적 영향을 남긴다.

 

🧪 2015년 스웨덴 Linköping University 연구에서는 구조견과 가정견을 비교 분석했는데, 구조견은 처음엔 회피 반응이 높지만, 안정된 환경이 지속되면 더 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었다.

 

📌 실내에서 자란 반려견

예측 가능한 환경에 익숙

보호자에 대한 반응 예민

갑작스러운 변화나 무관심에 더 민감

 

📌 입양·구조견

초기엔 불신, 경계심

반복적이고 일관된 교감 → 안정 애착 형성 가능

신뢰가 생기면 ‘과도할 정도의 의존’ 형태로 애착 보이기도

 

👉 보리 이전에 임시 보호했던 믹스견은 사람 손길에 경기를 일으켰지만, 3개월 후엔 아침마다 날 깨우러 왔다.
강아지의 신뢰는 느리게 쌓이지만, 무너지면 오래 간다.

 

+더불어,

많은 이들의 고민인 강아지 분리불안 해결법을 개인적인 경험과 배움을 토대로 적어보려한다.

강아지는 왜 사람을 따라다닐까? – 애착 유형과 관계 형성의 모든 것
강아지는 왜 사람을 따라다닐까? – 애착 유형과 관계 형성의 모든 것

 

- 강아지 분리불안 극복기: 문 앞에서 울던 '보리'가 혼자 있는 법을 배울 때까지

 

처음 보리를 입양했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전부였다.
어디든 함께 갔고, 낮잠도 같이 자고,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신발장이 엉망이고, 쿠션이 찢어져 있었고, 이웃이 말하길 하루 종일 짖는 소리가 들렸단다.

 

처음엔 ‘산책을 더 시켜줘야겠다’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심해졌고, 나는 검색창에 “강아지 분리불안”이라는 단어를 치기 시작했다.

눈에 안 보이면 패닉 상태, 그게 분리불안이었다.
처음엔 몰랐다.
보리는 성격이 활발하고 애교가 많아 ‘혼자 있는 걸 싫어하긴 하겠지’ 정도로 생각했지, 그게 불안 장애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몇 가지 증상들을 보며 확신할 수 있었다:

현관문 앞을 긁고 짖는 행동이 CCTV에 찍혔다.

혼자 두고 잠깐 마트에 다녀와도 침을 흘리거나 숨을 가쁘게 쉬었다.

제가 외출 준비(코트 입기, 열쇠 들기)만 해도 이미 낑낑거렸다.

 

이건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었다.
사라짐 = 두려움이라는 공식을 보리 머릿속에서 바꾸지 않으면 안 됐다.

“그냥 더 안아줘야겠다”는 해결이 아니었다

 

처음엔 반대로 대응했다.
출근 전엔 꼭 안아주고, 외출 후엔 격하게 반겼다.
하지만 이건 더 큰 의존을 만들 뿐이었다.

오히려 퇴근할 때마다 보리는 ‘살아 돌아온’ 저를 보고 더 흥분했고,
외출할 때는 “또 안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이 시점에서 동물 행동상담 전문가와 상담을 했고, 핵심은 이것이었다:

“나간다 = 별일 아님”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만들어라.

우리가 해본 현실적 훈련법

 

1. 외출 준비 자체를 훈련 소재로 만들었다

코트를 입고 나가지 않았다.
열쇠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문 열고 10초 뒤 다시 들어왔다.
처음엔 보리가 어리둥절했지만, 2주쯤 지나자
외출 준비가 꼭 외출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배우기 시작했다.

 

2. ‘무시’ 훈련이 아니라 ‘감정 무덤덤하게 만들기’

출근 전, 절대 눈 마주치지 않고 말도 안 걸었다.
귀가 후에도 2~3분은 그냥 가만히 있었다.
눈치 빠른 보리는 처음엔 삐지더니,
점점 ‘흥분 → 무반응 → 안정’이라는 루틴을 익혔다.

 

3. 혼자 있어도 재미있는 환경 만들기

노즈워크 장난감을 외출할 때만 꺼냈다.
간식을 페트병에 넣어 굴리게 했고, 창밖을 볼 수 있는 창틀을 만들어줬다.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보리가 “이 시간이 나쁘지 않다”는 기억을 쌓게 만든 것이다.

외출 시간을 1분부터 다시 시작했다
진짜 외출도 처음엔 1분, 3분, 5분…
시간을 늘려가면서 그때마다 아무 일 없다는 걸 경험하게 했다.
이건 정말 오래 걸렸지만, 가장 효과가 있었다.

 

지금의 보리는?

이제 보리는 제가 문을 열고 나가면 한 번 정도는 문 앞까지 따라온다.
하지만 곧 자기 자리에 돌아가서 누워 잔다.
제가 돌아오면 조용히 앉아서 눈만 깜빡인다.
물론 여전히 외출이 길어지면 약간 불안해하는 기색은 있지만,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패닉은 없다.

 

보호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분리불안은 ‘애교 많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강아지 입장에선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공포일 수 있다.
그리고 보호자도 지친다. 죄책감, 피로감, 이웃 눈치까지.

하지만 분리불안은 훈련으로 바뀐다.

 

단, 하루아침엔 절대 안 바뀐다.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다:

나가는 너를 원망하지 않게,
다시 돌아오는 너를 기다리게,
지금 이 시간을 ‘괜찮은 시간’으로 만들어주는 것.

 

마무리: 강아지는 사람을 보고 ‘마음을 연다’

강아지의 애착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경험과 반복을 통해 만들어지는 감정 구조다.
품종, 나이, 환경이 다르다면 그에 맞는 반응과 접근이 필요하다.

결국 강아지와 잘 지내고 싶다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얘가 바라는 관계 방식은 뭘까?”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강아지는 당신을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