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쿨하고 독립적인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과 깊고 복잡한 정서적 관계를 맺는다.
이번 글에서는 고양이와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애착’의 유형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연구와 사례를 통해 풀어본다.
고양이도 애착 유형이 있다: 안정형 vs 회피형
2019년 Oregon State University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도 인간 아기나 개처럼 사람과 애착 유형을 형성한다.
총 79마리의 고양이(성묘와 새끼 고양이 포함)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 연구에서는 사람과 분리되었다가 다시 만났을 때 고양이의 반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안정 애착(secure attachment): 65%
회피형 애착(insecure-avoidant): 35%
📌 안정 애착의 특징
보호자가 돌아오면 조용히 다가오고 근처에 머무름
긴장을 푸는 듯한 몸짓(눕기, 그루밍 등)
계속 안기려 하진 않지만 거리 유지
📌 회피 애착의 특징
보호자가 와도 무관심하거나 도망침
주변을 탐색하지 않고 구석에 숨음
때로는 과도한 애정 표현 후 갑자기 공격적 행동
👉 우리 집 고양이 모찌는 제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문 앞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제가 신발 벗으면 “에옹” 한 번 하고 뒤로 물러선다.
이건 전형적인 안정 애착의 신호다. 존재 자체가 안심인 것.
또한, 품종에 따라서도 거리감은 달라진다. (외향적인 종 vs 독립적인 종)
모든 고양이가 사람을 똑같이 대하지는 않는다.
품종마다 사람에게 보이는 애착의 방식과 강도가 확연히 다르다.
🧪 2021년 Royal Veterinary College의 연구에 따르면, 특정 품종은 인간 중심의 사회성을 유전적으로 더 강하게 가지는 경향이 있다.
📌 사람과의 관계가 깊은 품종
래그돌: 마치 개처럼 보호자 주변을 따라다니며 교감하려는 성향
샴: 주인을 적극적으로 부르고, 혼자 있으면 분리불안까지 보임
스핑크스: 접촉을 좋아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사람에게 기대는 경우 많음
📌 비교적 독립적인 품종
러시안 블루: 조용하고 신중함, 사람보다는 환경 안정성을 중시
브리티시 숏헤어: 관찰형,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 필요
노르웨이 숲고양이: 야생성과 독립성이 강함. 접촉은 최소화
나이에 따라 애착 형성에 차이도 있을까? (새끼 vs 성묘 vs 노묘)
고양이는 나이에 따라 사람과의 관계 방식이 변한다.
단순히 나잇값 하는 게 아니라, 신체적·정서적 변화가 영향을 준다.
📌 새끼 고양이 (0~6개월)
애착 형성이 가장 빠르게 진행
자주 안아주고, 일관된 반응 제공 시 평생 안정 애착 형성 가능
목소리, 냄새, 손길 등을 보호자와 연관 짓기 쉬움
📌 청소년기 고양이 (6개월~2세)
반항기처럼 독립 행동 증가
터치에 예민해지고, 낯선 사람 경계
이 시기에 억지로 애정을 강요하면 회피 애착 생길 수 있음
📌 성묘 (2세~7세)
사람에 대한 태도가 안정됨
애착이 형성되어 있다면 신뢰 유지
낯선 환경 변화보다 ‘루틴’이 중요해짐
📌 노묘 (8세 이상)
시각/청각 감퇴로 불안감 증가 가능
익숙한 사람과의 접촉 선호
과거보다 더 가까운 관계 요구하는 경우 많음 (무릎에 올라오거나 자주 부름)
애착은 훈련이 아니라 ‘반응’으로 만들어진다
고양이의 애착은 훈련이 아니라, 반복적인 ‘반응’에 대한 학습이다.
즉, 고양이가 불안을 표현했을 때 보호자가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핵심이다.
🧪 2014년 Helsinki 대학 연구에서는 보호자의 일관성 있는 반응이 고양이의 정서적 안정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특히 보호자가 고양이의 울음, 회피 행동, 눈맞춤 등에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할수록 고양이는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한다’고 인식한다.
📌 애착 형성에 중요한 요소
일관성: 하루는 무시하고 하루는 귀찮아하는 식의 태도는 회피형 애착 유도
반응 속도: 빠르게 반응할수록 신뢰 형성
강요 금지: 안고 싶은 마음보다, 고양이가 다가올 수 있게 환경을 조성
👉 모찌는 어릴 때 혼자 있는 걸 힘들어했다. 처음엔 울 때마다 안아줬지만, 나중엔 가까이 앉아만 있고 먼저 다가오면 안아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 뒤로 울음이 줄고, 오히려 제 옆에 자주 붙어 있게 됐다.
“와줘”가 아니라 “와도 돼”라는 신호가 고양이에겐 훨씬 중요하다.
또한, 지내온 환경도 중요하다. (실내묘 vs 실외묘, 입양 당시 경험)
고양이의 생활 환경은 성격과 애착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기 환경은 고양이의 사람에 대한 신뢰감을 좌우한다.
🧪 University of Bristol 연구에 따르면, 사회화 시기(생후 2~7주)에 사람 손을 얼마나 탔는지에 따라 고양이의 사회성이 극명하게 갈린다.
📌 실내묘 특성
사람에 대한 관찰력 높고, 교감 시도 많음
다만 자극이 적은 환경에 익숙해져 낯선 상황에 스트레스 반응 강할 수 있음
안정적인 루틴에 크게 의존
📌 실외 또는 유기묘 출신 고양이 특성
초기에 사람에 대한 불신 가능성 높음
신뢰가 형성되면 오히려 더 ‘선택적 애착’ 보임
먹이, 안전, 공간과 사람을 연결해 신뢰 형성
📌 입양 시기별 차이
생후 3개월 이전 입양 → 사람에 대한 애착 형성 유리
성묘 입양 → 기존 경험이 애착 형성에 장애 될 수 있음. ‘관찰 → 적응 → 접근’ 순서 중요
유기묘 구조 → 간식, 거리두기, 시선 피하기 등으로 단계별 접근 필요
👉 모찌는 생후 6개월 넘어서 구조된 고양이라 초반엔 손만 뻗어도 숨었다. 하지만 1년 넘게 억지 없는 일상 속 접촉을 통해 지금은 ‘무릎 위 단골손님’이 됐다.
고양이의 ‘사람 선택 기준’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고양이가 가족 중 한 명만 유난히 따른다면, 단순한 성격 문제는 아니다.
고양이는 다음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한다:
음성 톤: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에 반응
움직임 속도: 느리고 예측 가능한 행동 선호
접촉 빈도: 자주 쓰다듬되 억지스럽지 않게
냄새: 향수, 땀, 고유 체취 모두 포함
🧪 일본 아츠시마 대학 연구팀은, 고양이는 보호자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구분할 수 있으며, 낯선 사람이 같은 톤으로 말을 해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모찌는 가족 중에서도 조용히 앉아 있는 동생 방에 자주 간다. 동생은 거의 고양이를 안 만지지만, 말도 없고 방도 조용하다.
결국 고양이가 원하는 건 "방해받지 않는 평화로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마무리: 고양이도 사람을 ‘감정의 거울’로 삼는다
고양이는 감정을 감지하고 기억한다.
특히 자기가 의지하는 사람의 에너지, 태도, 루틴에 민감하다.
애착은 단순히 ‘좋아한다’가 아니다.
고양이에게 ‘안전한 사람’이 되는 과정은,
말 없는 이해와 존중의 누적이다.
고양이와 잘 지내고 싶다면, 그 고양이를 이해해야 한다.
중요한 건 "얘는 왜 이래?"가 아니라
"얘는 어떤 배경과 특성을 가졌을까?"라는 시선이다.
고양이는 사람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본능도, 기억도, 상황도 다 작용한 결과다.
그러니까, 그 선택을 받았다면
당신은 꽤 신뢰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