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번에는 디지털 노마드의 또다른 성지, 빠이를 소개하려 한다.
치앙마이보다 더 느리고 더 깊은, 빠이라는 곳
“치앙마이? 이제 너무 붐볐어. 진짜 디지털 노마드는 빠이로 간다.”
태국 북부에서 노마드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빠이(Pai)는 치앙마이에서 북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버스로 3~4시간 정도 걸리는데, 산길을 꼬불꼬불 넘어야 해서 초반엔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 하나?’ 싶지만, 막상 도착하면 알게 된다. “오… 여긴 치앙마이와는 완전히 다르구나.”
빠이는 정말 작고 한적하다. 마을 중심은 도보로도 거의 다 돌아볼 수 있고, 메인 스트리트엔 현지 시장과 유기농 카페, 소소한 로컬 상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진 건 끝도 없이 펼쳐진 논과 산. 아침엔 안개가 낀 계곡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저녁엔 해가 질 무렵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도시의 빠른 흐름과는 전혀 다른, 정말 ‘느린 삶’이 이곳에 있다.
빠이는 예술가, 작가, 요가 인스트럭터, 프리랜서 개발자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 달, 세 달, 혹은 몇 년씩 머물며 살아가는 곳이다. 다들 그들만의 방식으로 일하고, 쉬고,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이국적이면서도 따뜻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어, 혼자 와도 전혀 외롭지 않다. 오히려 도시보다 더 친근한 연결이 생기기도 한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생활 인프라, 충분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빠이의 인프라는 ‘딱 필요한 만큼’ 있다.
초고속 인터넷? 있다.
조용하고 아늑한 카페? 많다.
코워킹 스페이스? 물론 있다.
하지만 서울이나 치앙마이처럼 모든 게 빽빽하진 않다. 여긴 여백이 있는 도시다.
일단 숙소는 선택지가 꽤 다양하다. 한 달에 150300달러(한화 2040만 원대) 정도면 나무로 지은 방갈로, 아담한 빌라, 혹은 유기농 농장 내 숙소까지도 구할 수 있다. 대부분 와이파이 상태도 괜찮고, 호스트들도 장기 투숙객에 익숙해서 노마드 라이프를 잘 이해한다.
빠이에는 생각보다 괜찮은 카페가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Om Garden Café", "Earth Tone", "Cafecito" 등이 있는데, 이곳들은 단순한 음료나 디저트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서의 매력도 크다. 야외 정원, 조용한 음악, 오픈된 창가… 일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푸른 산맥이 눈앞에 펼쳐진다.
코워킹 스페이스도 있다. 예를 들어 "Pai Seed Community" 같은 곳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서, 명상 모임이나 프리랜서 워크숍도 함께 열린다. 여기선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영감을 주고받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인터넷 속도도 안정적이라 원격 회의나 클라이언트 작업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
물가 역시 태국답게 매우 저렴하다. 하루 세 끼를 다 외식해도 1만 원이 채 안 들고, 유기농 시장에서 직접 재료를 사다가 숙소에서 요리를 해도 경제적이다. 노마드로서 중요한 '고정비용 최소화' 측면에서도 빠이는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지다.
일, 쉼, 연결 – 빠이에서 배우는 ‘진짜 밸런스’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와 균형이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챙기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이곳 빠이는 그 해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아침 7시쯤, 요가 클래스에 참가하거나 숙소 근처 논길을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8시 반쯤, 현지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노트북을 열고 몇 시간 집중해서 일한다.
점심은 근처 비건 레스토랑이나 태국 로컬 맛집에서 간단히 먹고,
오후에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자리를 옮겨 집중타임을 이어간다.
저녁에는 주변 사람들과 마켓 투어나 작은 음악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고,
혼자 숙소 마당에 누워 별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빠이에서는 ‘일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니라
‘삶 속에 자연스럽게 일이 녹아 있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노마드가 자주 마주하는 번아웃, 외로움, 불균형 같은 것들이
빠이에서는 한층 옅어진다. 커뮤니티, 자연, 그리고 여유가 그 틈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또한 빠이에는 다양한 국적의 노마드들이 있어서, 자연스레 '글로벌 커넥션'도 생긴다.
함께 워크숍을 열거나,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도 하고,
때론 그냥 함께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자극이 된다.
일방적인 경쟁보다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곳이다.
마무리하며
빠이는 치앙마이처럼 번화하진 않지만, 그보다 더 깊고 느리다.
도시의 효율과 시골의 여유 사이, 절묘한 지점에 놓인 이 작은 마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노마드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하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살면서 일하는 삶’을 원한다면
빠이는 한 번쯤 꼭 살아봐야 할 곳이다.
노트북만 챙기면 된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이 마을이 조용히 준비해줄 테니까.